안녕하세요? 인하대병원 최정석입니다.
벌써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10월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아직은 미국에서 생활했던 일들이 눈에 선할 정도로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제게 그 간의 기억들이 조금씩 꿈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년 간의 연수생활을 글로 써보려 하니 연수 생활의 추억과 행복감이 다시 한번 밀려듭니다.
저의 연수지는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듀크대학의 생물통계/생물정보학 교실이었습니다. 듀크대학은 1924년 담배 및 전력 산업으로 부호가 된 듀크 일가의 기부에 의해 탄생된 명문사학입니다. 이 대학은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인 랄리, 듀크대학이 위치한 더램,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이 있는 채플 힐의 3개 도시를 잇는 리서치 트라이앵글의 한 축을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생물 통계/생물 정보학 교실에서는 그간 알고 있었던 통계 지식의 범위를 넘어 다양하게 개발된 통계의 이론들을 수학적 언어로 풀어내고 이를 응용하여 임상 데이터에 적용하여 수학적 모델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일을 하였고, 저는 그곳에서 이와 관련된 많은 논문과 자료들을 읽는 것이 주된 일상이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복잡한 통계의 원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묘한 수리적 사고와 통계의 모델링 분야에 관한 깊은 경외감을 느끼기에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생물통계/생물정보학 교실을 오가면서 듀크대학병원의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뜻밖의 기회도 얻게되어 과 내의 다양한 컨퍼런스 참석과, 수술방 및 외래 참관 등을 통해 미국 대학병원의 여러 실상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연수기간 동안 머물렀던 곳은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의 채플힐이란 지역이었습니다. 채플힐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젊은 학생들로 인해 늘 활기찬 도시였고, 주변에 많은 공원과 호수가 있어 주말마다 가족들과 나들이를 하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반나절만 가면 머틀비치를 포함한 아름다운 대서양의 해변을 만끽할 수 있고, 서쪽으로 반나절을 가면 애팔레치안 산맥의 정취를 경험할 수 있어서 미국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듀크대학 내에는 1930년에 완공된 고딕 양식의 듀크채플과 4계절 다양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듀크 가든이 있어 항상 많은 사람들이 캠퍼스 내에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듀크 대학은 농구팀이 유명한데, 라이벌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더럼 및 채플힐 두 도시는 많은 이들의 응원전으로 열기가 더해지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늘 가득찼습니다.
미국의 원주민들은 사막에서 말을 타고 가다가 가끔씩 내려 한참동안 쉬기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원주민들이 말을 너무 빨리 달리게 되면 자신의 영혼이 뒤따라오지 못할까봐 기다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연수기간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를 공부했던 학문적 즐거움과 더불어 사사로이 바쁜 일상으로 가득했던 말에서 잠시 내려 영혼을 기다리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제게 정말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제게 이런 다양한 연수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여러 학교 및 병원 선생님들과 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해주신 과 교실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불어 연수준비과정에서 연수에 대한 진솔하고 유익한 조언을 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듀크대학교 및 듀크 가든의 전경, 듀크대 농구팀 블루데빌과 함께 찍은 사진
채플힐 도시의 풍경과 애팔레치안 산맥, 머틀비치의 전경
생물통계/생물정보학 교실에서의 컨퍼런스 및 듀크대 병원 외래 전경,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