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좋은 그런 날 이금희 님을 만나기 위해 방송국 앞 고기구이집에 모였습니다. 하루 일과를 폭포수 떨어지듯 정리하고 북한강을 따라 주행하는 경춘선 열차에 몸을 실은 필자는, 처음 만나는 유명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녀의 책을 읽고 유튜브 채널을 들으며 일상을 엿보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녀와 무슨 이야기를 할까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중입니다.
‘그녀의 방송 ‘사랑하기 좋은 날’에서 후두음성언어의학회 홍보대사 임을 언급해 주신다든가, 2024년 춘계 후두음성언어의학회 학술대회 참석 요청, 혹은 그녀의 또렷하고 낭랑하고, 깊이 있고 사랑스러우며 울림 있는 목소리를 이비인후과 귀코목 TV에 출현하시도록 말씀드려보아야겠다.’ 라고 잔뜩 생각중이나, 무리한 부탁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모임 장소에 도착하신 권택균 회장님과 임재열 총무 이사님께서는 제가 미처 의견을 말씀 드리기도 전에 홍보이사의 얼굴에서 야망을 엿보셨는지, ‘첫만남이니 얼굴을 익히고 무리한 부탁은 하지 맙시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8시가 조금 지나자 우리 방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소란이 느껴집니다. ‘어머 이금희 아나운서님 아니세요?’ 구잇집의 스탭분들께서 먼저 알아보시고 본인들도 모르게 우리 방까지 따라 들어오셨습니다. 여의도 KBS 방송국 바로 앞에 위치한 식당이라 유명인의 방문이 꽤 많을 것임에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 하시며 에워싸여 함께 우리 방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이라, 진료를 마치고 달려온 우리도, 2시간 동안 혼자 라디오를 진행하고 오신 그녀도 매우 배고팠습니다. 달궈진 양철 판 위에 비계로 기름칠이 한번 한 후 소고기들은 요란한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고, 어느새 젓가락 사이에 잡혀서 각자의 구강 내에 육즙을 듬뿍 뿌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시라서 낯설고 어렵고 조심스럽고 체면상 고기를 조금씩 맛만 보실 것 이라 생각했던 예측과는 달리, 그녀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던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 하시고, 즐겁게 식사하셨습니다. 살살 녹은 소고기로 후끈 달아오른 구인두의 흥분을 후식 냉면으로 진정시킨 후, 냉면사발을 두손으로 들고 국물을 구강에 직접 부어 진화하니 이제 본론으로 이야기 할 에너지가 생깁니다.
‘이 집이 냉면도 참 잘하네요’
혹시, 이금희 홍보대사 님과의 만남을 왜 이렇게 먹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적었는지 궁금해하실 회원님들 있으실 것 같아 설명 드리자면, 지금 필자는 외래 진료 중 잠깐 틈이 났으며,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이 시각 최대 관심은 오늘 병원 식당 메뉴가 무엇일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고기상상으로 대리만족 중입니다.
권택균 후두음성언어의학회 회장님께서는, ‘앞으로 꾸준히 오래가는 사이로 후두음성언어의학회의 홍보 방안에 대해 구상해 봅시다’ 라고 말씀하셨고, 이금희 아나운서 님께서는 그동안의 방송 경험 및 ‘마이금희’ 채널 운영 경험을 살려 홍보 관련 콘텐츠 제작에 힘 닿는데까지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나운서님은 신기하게도 특별히 멋을 부리신 것 같지도 않은데, 얼굴이 연예인처럼 생겼고 그런 아우라가 풍깁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 기를 받아 점점 빛나게 되는 것일까?
홍보 이사인 필자는 말하는것과 목소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필자는 호흡이 짧은지 말이 빠르고 (성격때문일수도 있음), 발음을 정확히 하는 것이 늘 정신 바짝 차리고 주의해 말해야 가능합니다. 그녀는 매순간 말할 때 정성껏 확실히 혀와 호흡으로 발음을 집어주는데, 혀가 금방 피로해 지지 않고도 그렇게 오래 발음과 이야기를 잘하시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녀가 내놓은 신간 수필집 ‘우리, 편하게 말해요’ 에 의하면 비결은 간단하다고 합니다.
대화를 잘하는 비결: 잘 듣고, 낮게 천천히 말하기
발표 (말하기)를 잘하는 비결: 자신감, 충분한 준비와 연습을 한 후 부드럽게, 욕심부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기
우리들의 즐거운 만남은 앞으로 후두음성언어의학회의 홍보를 위한 컨텐츠에 대해 논의하다 끝났습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녀의 책을 다시 펴 듭니다.
‘우리도 지금 이순간에 교차로에서 만난 것뿐이다.
헤어져 영영 못 만나는 길을 갈지, 알고 보니 같은 방향일지 아무도 모른다.’
은근슬쩍 의도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모든 인연이 소중합니다.
이번 생애에 만난 후두음성언어의학회 회원님들 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