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3th East Asian Conference on Phonosurgery (EACP 2023)를 다녀와서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4년차 박재선
안녕하십니까? 저는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에서 4년차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는 박재선이라고 합니다. 이번 2023년 7월 8일 토요일에 일본 센다이에서 진행되었던 The 13th East Asian Conference on Phonosurgery (EACP 2023)에 진성민 교수님과 이상혁 교수님을 모시고 다녀오게 되어 본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7월 7일 금요일 아침 9시경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탑승했습니다. 구름이 약간 있었지만 날씨는 맑은 편이었고, 코로나 이후로 처음 떠나는 해외라서 그런지 구름 바로 아래를 따라 비행할 때 새삼스레 설레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시간의 짧은 비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내식으로 불고기덮밥이 제공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일본 센다이 공항에 도착해 보니 학회에서 20명 정도의 교수님들이 오셨고 가이드 최 소장님의 안내에 따라 버스를 타고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센다이는 인구 100만의 해안 도시로 원래는 소나무가 울창한 곳이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많이 유실되었고 현재도 그 피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다이의 첫인상은 "맑고 깨끗하다"였던 것 같습니다. 태평양과 마주한 이 항구도시는 회전 초밥의 발상지이기도 하고, 된장과 어묵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최 소장님의 흥미로운 설명을 들으며 1시간가량을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의 풍경은 항구도시에서 푸르른 논밭으로, 그리고 잘 정돈된 도시의 풍경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점심 식사는 코마츠관이라고 하는 식당에서 했는데 호텔 같은 인테리어와 창밖으로 보이는 바닷가 풍경, 그리고 한 마리 통째로 튀겨져 나온 장어 튀김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음으로 일본의 3대 절경이라고 하는 마쓰시마로 이동했습니다. 이 곳은 26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해상공원으로 섬 위에 자라난 소나무들로 인해 마쓰시마(송도)로 명명되었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다양하고 신기한 모양의 섬을 구경하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쐴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우연히 진영주 교수님의 사진을 찍어드렸는데 잘 찍는다고 칭찬해 주셔서 일일 사진작가로서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나고, 권택균 회장님과 함께 사진을 찍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이어서 인근의 즈이간지라고 하는 사찰로 갔는데 길쭉하게 뻗은 삼나무 숲을 지나 본당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당대의 무사 다테 마사무네의 동상과 정교한 문양의 천장, 그리고 밟을 때마다 새소리가 나는 특이한 마룻바닥이 기억에 남습니다.
짧지만 알찼던 관광이 끝나고 학회가 열리는 코요 그랜드 호텔로 향했습니다. 학회 등록을 하면서 에코백과 전통과자를 기념품으로 받았고 간단히 웰컴 드링크와 간식을 먹으며 일본, 대만의 선생님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시내의 이자카야로 이동해서 환영회가 진행되었고 아늑한 공간에서 김주현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께 진솔한 조언들을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7월 8일 토요일 아침 EACP 2023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다양한 국가에서 laryngologist들이 모인 자리였고, 음성 평가, vocal fold injection, framework surgery 등 각종 수술 술기에 관련된 다양한 강의와 구연, 그리고 포스터 발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흔히 사용하는 수술 기구 중 하나인 coblator를 이용하여 잦은 재발로 치료가 어려운 laryngeal papillomatosis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bilateral vocal fold palsy의 치료를 위한 arytenoid cartilage evaporation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강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성민 교수님께서 좌장을 맡으신 vocal fold injection에 대한 oral session도 흥미롭게 들었는데, injection laryngoplasty에 EMG 또는 calcium phosphate cement를 사용한 연구, 그리고 AI 기술을 활용하여 laryngoplasty의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을 예측하는 연구 등이 발표되었습니다.
저 또한 "Clinical Usefulness of Korean Items for the Differential Diagnosis of Adductor Spasmodic Dysphonia"를 주제로 포스터 발표를 하였습니다. ADSD와 MTD의 감별 진단을 위해 2019년 개발된 한국어 문항의 임상적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로서, 유성음 또는 경음 및 격음으로 구성된 문장과 일상생활 구어를 환자에게 읽도록 하고, 이에 대한 청지각적 평가와 스펙트로그램 분석을 시행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ADSD 환자가 경음 및 격음 문장을 발화했을 때는 평상시 목소리로 '아' 발성 또는 MTD 환자와 비교하여 voice break, strained voice 등의 증상이 더 두드러졌고, 유성음 문장을 발화했을 때는 스펙트로그램 상 voice break, wide vertical striation 등 특징적인 소견이 더 저명하게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어에서는 경음 및 격음을 발성했을 때 평음에 비해 성문 저항이 더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추후 ADSD와 MTD의 감별진단에 본 한국어 문항을 이용한 종합적인 평가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번 학회에서는 다른 학회들과 달리 포스터 발표자도 구두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짧은 영어 실력으로 발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저 스스로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학회가 끝나고 gala dinner 시간이 있었습니다. 맛 좋은 식사와 좋은 술, 그리고 일본의 전통악기인 샤미센 연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행사 중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unilateral vocal fold palsy 환자의 vocal fold injection에 있어 light-guidance의 안전성과 유용성에 대해 oral presentation을 해주신 차원재 교수님과, human tonsil-derived mesenchymal stem cell을 respiratory epithelial cell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한 연구에 대한 poster presentation을 해주신 정수연 교수님께서 우수 연제상을 수상하셔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셨습니다. 행사 후에는 한식당으로 이동하여 대만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함께 학회에 대한 소회를 나누며 소통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7월 9일 일요일 아침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센다이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센다이는 하기노츠키라고 하는 카스텔라 빵이 유명하다고 하여 먹어보니 역시 부드럽고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공항에 있는 일식집에서 진성민 교수님께서 회덮밥과 사케를 사주셨는데 학회 기간 동안 먹었던 음식 중에 제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해외 학회를 가지 못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비록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많은 교수님들께서 제게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을 주셔서 제게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이러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연구를 지도해 주신 이상혁 교수님과 진성민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