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일상화_신비로운 등산 생활, 등린이를 위해.
운동의 일상화_신비로운 등산 생활, 등린이를 위해. 창원 경상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진평교수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쉽게 시작이 잘 안되기도 하고 시작하더라도 작심삼일,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 벌써 20여년 전, 30대 중반에 혈압이 높아지기 시작하고, 아버지가 52세 약관의 나이에 심장병으로 돌아가시는 혈압 관련 가족력도 있어 약간 건강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주니어로 대학병원에 근무하면서 고정적인 시간도 낼 수가 없다는 핑계와 나 또한 편한 것이 좋아 운동이라는 것을 시작하기가 힘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집 근처 남강변에서 달리기를 시작하였고 하다 보니 여러 대회도 나가게 되어 현재 21.1km 하프 코스를 163회 참가하였다. 정년퇴임까지 200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 COVID-19가 발병하면서 집단모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혼자서 달리기 하는 것은 좋을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힘들고 외롭기도 해 다른 운동을 고민하던 중 수술실에서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같이 등산 가자는 제안이 들어와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실 매년 의국에서 지리산을 포함한 등산을 하고 있었기에 큰 부담은 되지 않았다. 2020년 1월 19일. 광주 무등산을 시작으로 2월 영주 소백산, 3월 영암 월출산, 4월 단양 도락산 등등을 다니다 진주에 있는 코사알파인클럽 이라는 산악회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2021.09.18. 지리산 정상, 일출과 운해.
2018년에 결성이 되어 블랙야크, 백대 명산을 다니는 산악회였다. 묻지마 산악회가 아니라 실명과 나이를 공개하고, 특히 부부가 많이 가입되어 있어 믿을 수 있었다. 겨울 산행으로 무등산, 소백산 정상에 가니 넘 행복했다. 한겨울에도 산을 오를 때 땀으로 속옷이 다 젖어 충분한 운동이 되고 정상에 오르면 사방에 설경과 눈꽃도 보고 산그리메를 보노라면 속이 뻥 뚫려 등산의 고단함은 금방 잊고 행복했다. 그 마음은 글로 표현을 다 할 수가 없어 이글을 쓰면서도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지리산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한시에 집을 떠나 세시 전에 중산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6시 전에 정상에 서면 산허리에 운해가 깔려있고 떠오르는 해를 보는 일출은 정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장관이다. 설악산인 경우에는 전날 저녁9시에 진주에서 버스로 출발하여 새벽 2시경 산행을 시작하는 오색에 도착하면 우리 산악회 뿐만 아니라 많은 산악회에서도 와서 인산인해였다. 2시 30분경 헤드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하면 인파로 인해 추월도 불가능, 한 줄로 늘어서서 앞만 보고 산행하는 구경도 볼만하다. 정상에서의 일출은 항상 벅차다. 물론 날이 흐려서 일출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난 다행히 운이 좋아서..
2021.09.26. 설악산 일출.
블랙야크에서 운영하는 것 중에 BAC 라는 앱이 있다. 이 안에는 백 대명산, 백두대간, 섬앤산, 등등 여러 챌린지가 있다. 난 2020년 1월부터 이 챌린지를 도전 중이다. 2021년 10월 31일에 백대 명산 모두를 완등하였고, 지리산을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36km를 두 번 종주하였으며, 울주 근처에 1000고지가 넘는 산 9개를 완등하는 영남알프스를 2021년, 2024년 두 번을 완등 하였다.
BAC 백대명산 완등.
현재는 섬앤산을 96% 진행하고 있다. 약 5년간 430여 산을 인증했다.
BAC 섬엔산 96% 진행중.
내가 산행을 시작하는 등린이 때는 주로 코사 (산악회) 회원들과 다니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백대 명산을 완등을 하려니 조바심도 나고 하여 혼산 (혼자 산행)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혼자 하는 산행은 어리석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달리기도 혼자 하면 외롭듯이 등산도 마찬가지이고, 혹시 다쳤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니 산행을 할 때는 꼭 동반자를 구해서 같이 가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산에서는 일몰이 지나면 빨리 어두워지니 산행 시간을 잘 계산하여 하산을 일찍 하는 것이 좋겠다.
2022.02.06. 제주 윗새오름, 상고대
2024년 8월 24일 토요일 정아라, 진영주, 김성동 선생과 지리산 천왕봉을 등산하였다. 2024년 4월 어느 날, 지리산을 함께 가달라는 부탁들 해와 약속해 놓은 날짜가 다가온 것이다.
내가 지리산을 원하는 ‘등린이’ 님들을 위해 제시한 일정은 아래와 같다.
‘8/23 금. 18:50 KTX 진주 도착. 호텔 체크인. (제이 스퀘어 호텔)
8/24 토. 05:00 체크아웃과 픽업.
06:00 중산리 도착.
07:00 버스 타고 순두류로 이동.
07:20 순두류 도착. 산행 시작.
08:30 로타리산장
10:30 천왕봉 정상
11:30 장터목대피소. 라면과 식사.
16:00 중산리 주차장 도착.
17:30 진주 도착. 샤워 및 식사.
20:05 KTX 서울 출발.’
새벽 5시에 후배 교수 세명을 픽업해, 중산리에서 순두류(자연학습원)까지는 순환버스로가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로타리산장, 법계사를 거쳐 천왕봉 정상을 찍었다. 장터목산장에서 오뎅을 넣은 라면을 먹었다. 나에게 인생 최애 라면은 장터목에서 먹는 라면이다. 모두 좋아해서 흐뭇했다. 여기서부터 지루한 하산길이 시작된다. 조금씩 힘들어 할 때쯤 시원한 유암폭포에서 발을 담궈 피로를 풀기도 했다. 중산리 원점 회귀하니 12.9km, 8시간 걸렸다. 진주로 돌아와 1914년부터 4대째 이어오는 천황식당에서 진주 육회비빔밥과 육전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KTX로 서울 보냈다. 나름 뿌듯한 하루였다. 난 즐겁게 지리산 산행을 했지만, 등린이인 세분은 힘들지 않았을까?, KTX에서 골아 떨어지지 않았을까?
2024.08.24. 지리산 천왕봉, 정아라, 진영주, 김성동 교수들과 함께.
최근 주말에 하루는 10~ 18km 달리기를 하고, 하루는 산을 간다. 물론 공부도 해야 하고, 학회에 가기도 한다. 난 학회라든가, 부부 모임이라든가 등등 사회활동으로 골프를 해야 할 때는 한다. 카트를 타지 않고 18홀을 걸으면 약 9km를 걷는다. 골프 역시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모두 인정하는 실수를 줄이는 운동이다. 잘 안되면 짜증도 나고, 기분도 안좋고, 멀쩡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 듯한 느낌도 난다. 물론 마친 후의 뒤풀이에서는 항상 즐겁다. 개인적인 생각이니 오해는 안했으면 좋겠다. 달리기는 짧은 시간 동안 힘들지만 땀을 쑥 빼고 난 뒤의 상쾌함과 막걸리 한사발을 마실 때의 기쁨, 산행은 긴 시간이지만 쉬엄쉬엄 땀을 식혀가며 할 수 있고, 끼리끼리 여러 명의 수다와 배낭에서 꺼낸 간식과 점심 식사를 할 땐 웃음이 끊이지 않아 좋다. 어떤 운동이든 개인에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건강해야 행복이 있고, 마음도 느긋해지고, 웃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2024.09.07. 어청도, 우리나라 지도모양
‘오래 살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
의사도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내가 아프고 힘든데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환자를 위해 우리 모두 운동하여 행복해 집시다.